아이를 사랑하면서, 그리고 내 커리어를 영위하면서 계속 미안해지는 마음의 이유는 뭘까하고 생각해봤더니 이런 순간들인 것 같다.
1.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는 순간
워킹맘이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피로가 아니라 미안함이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 순간 엄마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끝까지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녁을 준비해야 하고, 집안일을 해야 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떠오른다. 결국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 “응, 그렇구나”, “잠깐만” 같은 말이 반복된다. 아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엄마의 반응은 점점 짧아진다.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에 남는 것은 피로가 아니라 아쉬움이다. 조금만 더 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만 더 눈을 마주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밀려온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2. 아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순간
워킹맘에게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아이가 아플 때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다.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동시에 존재한다. 아이를 두고 나오는 그 순간은 많은 워킹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장면이다. 아이의 표정이 머릿속에 남고, 뒤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일을 하는 내내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다. ‘나는 엄마로서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이가 엄마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감정은 더 커진다. 직접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계속 누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생기는 장면이다. 이 미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감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이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완벽하게 모든 순간을 지킬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큼은 아이에게 분명히 전달된다.
3. 다른 부모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순간
워킹맘이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교다. 제일 마음이 아픈 순간이다. 주변에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의 하루를 더 자세히 알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시작된다. 나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데, 저 사람은 더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때, 그 비교는 더 깊어진다. ‘나는 왜 더 해주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워킹맘은 스스로를 낮추기 시작한다. 내가 부족한 엄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하지만 이 비교는 사실 공정하지 않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선택한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의 양이 사랑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그 시간이 얼마나 진심으로 채워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워킹맘은 그 짧은 시간 안에서도 최선을 다해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 노력은 결코 작지 않다.
이 죄책감은 결국 아이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 감정은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감정이다.
워킹맘의 죄책감은 특별한 사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서 반복적으로 쌓인다.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못했을 때,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을 때, 다른 부모와 비교하게 될 때. 이 모든 순간이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이 감정의 본질은 부족함이 아니다. 사랑이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잘해주고 싶기 때문에, 더 많이 함께하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나는 부족해서 미안한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미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