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이유로 했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
1. 시간을 사기 위해 했던 소비, 그런데 시간이 남지 않았다
워킹맘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바뀐 것 중 하나는 소비 방식이었다. 예전에는 가격을 먼저 보고 고민했다면, 이제는 시간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빠르게 해결되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 배달음식, 간편식, 당일 배송, 빠른 서비스들. 하나하나 보면 큰 금액이 아닌데, 그 선택들이 쌓이면서 지출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 순간만 보면 맞는 선택이었다.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 분명 돈을 써서 시간을 줄였는데, 정작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계속 쫓기는 기분은 그대로였고, 돈만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배달을 시키면 편하지만, 그 시간에 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간편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결국 알게 됐다. 나는 시간을 산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부담만 잠깐 덜어낸 것이었다는 걸.
그 소비는 틀린 선택은 아니었지만, 반복되면서 점점 후회로 바뀌었다. 돈은 분명 줄어드는데, 삶은 가벼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불안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소비의 기준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순간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가 붙을 때였다.
좋은 장난감, 좋은 책, 더 좋은 교육, 더 다양한 경험.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건 필요해’라고 생각하며 결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소비를 돌아보게 됐다. 이게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걸까, 아니면 내가 불안해서 하는 선택일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부족하게 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런 감정들이 섞이면서 소비를 더 쉽게 만들었다. 특히 바쁜 상황에서는 더 그랬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좋다고 하니까’, ‘다들 하니까’라는 이유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쌓인 것들을 어느 날 한 번에 보게 됐다.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끝까지 하지 못한 교재, 흐지부지 끝난 교육들. 그 순간 알게 됐다. 이 소비는 아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오히려 나의 불안을 덜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됐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안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3. 나를 위한 소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간
아이를 위한 소비, 시간을 위한 소비를 하면서도 이상하게 나를 위한 소비는 늘 뒤로 밀렸다. 무언가를 사고 싶어도 ‘이건 지금 아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에게 쓸 돈, 생활에 필요한 돈을 생각하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은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그래서 더 아이에게 쓰고, 더 생활에 쓰면서 정작 나를 위한 소비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후회가 생겼다.
나는 왜 나를 위해서는 제대로 쓰지 못했을까. 아이를 위한 소비도 중요하고, 생활을 위한 소비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은 계속 뒤로 밀려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이 점점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를 위한 소비는 사치가 아니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작은 것이라도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필요했다.
커피 한 잔, 짧은 휴식, 나를 위한 작은 선택들. 이걸 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피로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한다. 나를 위한 소비도 충분히 필요한 선택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워킹맘이 하는 소비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 바쁜 상태에서 내린 선택이기 때문에 제대로 고민을 못해보고 후회하는 선택을하게 될 때도 많다.
그래서 요즘은 소비를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본다.
후회하는 소비는 조금씩 줄여봐야지.